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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 묵상, 12월22일 화요일



“보십시오,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누가복음 1:38)


 

제가 살던곳에서 요세미티를 가려면 41번 도로를 타고 가야했습니다. 한시간 정도를 달려가면, 오커스트라는 동네가 나오는데, 주로 관광객들에게 의존하는 동네입니다. 늘 이곳에서 맥도날드에서 일행들을 만나고는 차를 마시거나 간단한 요기를 하면서, 요세미티를 주제로한 다양한 여행담을 나누곤 했습니다. 함께가는 일행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은 가야할 곳에 대한 기대로 가득할때도 있었고, 지나온 삶을 나누느라 다른 것은 나누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잠깐의 쉼을 하고, 다시 요세미티로 가기위해 길을 나서면 오른쪽에 눈에 띄는 "우동"이라는 한글 현수막이 보입니다. 요세미티로 향하는 한국관광객을 위한 것이겠죠. 처음에 "우동" 현수막이 눈에 띄었을때, 이 시골에 한글을 본다는 반가움이 앞서고, 예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맛을 보았던 "우동"을 떠올리며, 언젠가는 한번 들러야지 했지만, 여지것 지나쳐만 갈 뿐 분주한 걸음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뜻밖에 무언가를 만난다는 것은 경이로운 마음이 들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남도에 보성에서 차밭을 교회 청년들과 들렀는데, 거기서 우연히 만난 친구의 목소리와 반가움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처럼, 뜻밖에 그리고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경험은 우리를 가슴뛰게 하는 것 같습니다.


마리아가 만난 천사는 마리아의 가슴을 뛰게했습니다. 사실, 천사가 전한 소식은 "처녀가 임신한다"는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천사 자체가 마리아를 특별한 경험으로 몰아넣은 것 같습니다.


삶을 살아가시니 잘 아시겠지만, 삶에 특별한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특별하다는 것에 대한 우리들의 기대가 커서일지 모를 수도 있고, 소박함을 특별함이라고, 묘사하기에는 삶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 무심히 지나쳐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펜데믹은 우리들 삶에서 가장 느린 삶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관계의 느림, 계획의 지연은 물론이고, 활동하는 공간이 제한적으로 있다보니, 문득문득 대수롭지 않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펜데믹의 경험은 우리에게 특별합니다. 평생 한번도 이런 경험을 한적이 없는 분들은 알 수없는, 우리들만 알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말입니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한 것을,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라고 응답한 마리아의 고백은 오늘 우리들에게도 요청되어집니다. 꼭 불행한 것이 아니라, 마땅히 우리에게 주신 선물로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묵상

반가움은 늘 어디서 오는 것 같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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